회계사 출신 경찰관!

이진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경위·34)은 경찰이 되기 전 회계사로 일할 당시 자금 추적을 했던 일화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1년 23세 나이로 회계사 자격증을 딴 이 수사관은 같은 해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삼일회계법인 감사본부, 2019년 11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재산 관리기금실에서 근무했다.
이 수사관은 회계사로 일할 당시 한 회사의 횡령 사건 수습에 투입된 적이 있다.
한 직원이 회사가 관리하는 자산을 팔아 11억 매각대금을 챙긴 것이다.
이 수사관은 사후대책 마련 전담팀(TF)에 투입돼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추적 끝에 이 수사관은 횡령 직원이 자금을 축적한 계좌를 찾아냈다.
당시 느꼈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수사관은 이 일을 계기로 범죄 자금 추적에 큰 관심이 생겼다.
결국 2019년 경찰청 회계사 경력채용 2기에 합격해 이듬해부터 경기남부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사명감으로 하는 일…범죄자들이 숨긴 돈 찾는 게 재밌어요”이 수사관에게 회계사 경력채용의 길을 알려준 건 변호사인 남편이었다.
경찰의 변호사 경력채용 공고를 본 남편은 이 수사관에 회계사 경력채용 제도 있다고 알려줬다.
경찰 조직에 회계사 경력채용 출신은 드물다.
매년 5명씩 모집하지만 지원자는 극소수다.
이 수사관이 지원한 2019년에는 이 수사관 한 명만 지원했다.
현재 전국 경찰 중 회계사 경력채용 출신은 단 3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5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지원자 2명 모두 체력검사에 응시하지 않아 선발되지 못했다.
매년 20명씩 뽑는 변호사 경력채용에서 지난해 하반기 경쟁률이 3.6대1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수사관은 스스로를 ‘희귀템’이라고 표현한다.
이 수사관은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수사관은 “범죄자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살펴보는 게 재밌다”고 했다.
이어 “코인(가상자산)이 유행하면 범죄자들이 코인으로 돈 세탁을 하기도 한다”며 “기술이나 트렌드를 제일 빠르게 따라가는 게 범죄자들인데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공부하는 게 재밌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 수익금의 흐름을 추적해 틀린 숫자를 찾아내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이 수사관은 회계사 시절에도 장부에 적힌 숫자가 어긋나면 기어코 맞춰야 퇴근할 만큼 숫자에 ‘집착’한다고 한다.
이 수사관의 이런 성격은 지난해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가 900억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3명에게서 90억 상당의 재산을 추징 보전하는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당시 조사에서 피해자 등은 일당에게 재산이 많이 쌓여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의 재산을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
이때 이 수사관이 나섰다.
이 수사관은 먼저 금융정보분석원에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요청했다.
또 과세정보 등을 종합해 자금의 흐름을 파악했다.
퍼즐이 맞춰졌다.
일당은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얻은 수익을 대포통장으로 보내거나 현금을 직접 인출하는 방식으로 가족 명의 회사에 모았다.
이후 가족을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고 법인 명의로 건물과 토지, 외제차 여러 대 등을 구입했다.
이 수사관의 추적 덕에 경찰은 해당 재산들을 추징 보전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공부 중…”금융범죄 전문수사관 되고파”경기남부경찰청은 2020년에도 플랫폼 사업을 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해 피해자 약 26만명에게 800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붙잡았다.
이 수사관은 이들에게서 범죄수익금 19억원을 추징 보전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규모가 큰 유사수신 사건은 피의자가 여러명이라 범죄 수익금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
이 수사관은 개별 피의자들의 재산 증식 과정과 개인 계좌를 하나씩 들여다보며 범죄 수익금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들이 수익금을 법인 명의 계좌에서 다른 사업체로 송금한 뒤 해당 사업체에서 급여나 배당금을 타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이들이 수익금을 통해 차명으로 부동산과 분양권 등을 축적한 사실도 알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19억원 상당의 추징 보전 성과를 올렸다.
이 수사관은 “이렇게 유사수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를 꾸미려고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범죄 수사를 하니 이제는 길 가다 외제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피의자로 보일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수사관은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이 ‘경제범죄 수사의 윤활유’라고 말한다.
이 수사관은 “경제범죄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는 대부분 회계장부”라며 “추적수사팀이 장부를 보고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아내면 전체적인 수사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다.
직접 수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돈의 흐름을 파악해 다른 수사관들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 수사관은 “벌이만 생각하면 계속 회계사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첫 직장이었던 회계법인에 비하면 경찰 급여는 1/3 수준이라고 한다.
이 수사관은 “봉급은 낮아도 경찰 조직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며 “사기업 프로그래머 출신, 변호사 출신, 운동선수 출신 등 경찰의 입직 경로가 다양해 역동성 넘치는 게 경찰 수사팀의 장점”이라 말했다.
최근 이 수사관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공부 중이다.
금융범죄 전문수사관으로 거듭나고 싶어서다.
이 수사관은 “최근 금융기법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금융범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며 “금융범죄와 자금 추적에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출처 : 머니투데이)#머니투데이#이진아수사관#경기남부경찰청#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금융범죄전문수사관#자본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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